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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점유하면 시효취득…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합헌' 본문
타인 소유 토지에 승낙없이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하면 이를 시효취득하는 것으로 보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성문법이 아닌 관습법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최근 A씨가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바208)에서 재판관 7(합헌)대 2(각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A씨는 1990년 부천시 소재 임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는데, 이 임야에는 B씨 조상의 분묘가 설치돼 있었다. 이 분묘는 조선 후기 설치돼 후손들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7년경 B씨의 아버지가 관리하기 시작했고 이어 B씨가 관리했다. 그런데 A씨는 관련법에 따라 2014년 분묘 개장 허가를 받은 뒤, 분묘를 굴이(掘移, 무덤을 파서 옮기는 작업)하고 화장해 유골을 공원묘원에 봉안했다. 이에 B씨는 2014년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가 임야 일부에 대한 분묘기지권을 취득했으므로 A씨가 분묘를 굴이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158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분묘기지권에 대한 관습법은 위헌이라며 2017년 헌법소원을 냈다.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우선 관습법도 법률의 효력을 갖기 때문에 그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봤다.
헌재는 "헌법 제111조 1항 1호와 5호, 헌법재판소법 제41조 1항 및 제68조 2항은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 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며 "이렇게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을 위험심판의 대상으로 삼으로써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가능하게 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관습법도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분묘기지권이 효(孝)사상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서 관습으로 형성돼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면서 이 같은 전통문화의 보호 및 법률질서의 안정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한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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